쌔근쌔근, 숨소리가 계속됐다. 고요하면서도 밝은 나팔 소리 같았다. 마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누군가의 숨소리를 이렇게 생생히 듣는 일은 처음이었다. 눈썹은 소복했고 이마는 희고 맨들맨들, 튀어나와 있었다. 소녀가 아니라 혹 소년인가. 짧게 커트한 머리칼은 윤이났다. 가름한 목선을 타고 흘러내린 정맥이 푸르스름했다. 햇빛이 어찌나 맑은지 잘 보면 소녀의 내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팔걸이에 걸쳐진 양손과 팔은 어린아이의 그것만큼 가늘었다. 콧날엔 땀방울이 송골, 맺혀 있었다.
- 박범신, ⟨은교⟩
묘사와 관련한 필사들을 뒤적 이던 중 찾은 부분. 이전에 윤작가님과의 이야기에서 들었던 ⟨은교⟩의 한 부분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하나의 화면, 영상 등이 생각되고, 상상될 것이다. 안되는 사람이 있을까? 나라는 사람도 되는 것이니, 아마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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