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2일 월요일

쌔근쌔근, 숨소리가 계속됐다.


쌔근쌔근, 숨소리가 계속됐다. 고요하면서도 밝은 나팔 소리 같았다. 마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누군가의 숨소리를 이렇게 생생히 듣는 일은 처음이었다. 눈썹은 소복했고 이마는 희고 맨들맨들, 튀어나와 있었다. 소녀가 아니라 혹 소년인가. 짧게 커트한 머리칼은 윤이났다. 가름한 목선을 타고 흘러내린 정맥이 푸르스름했다. 햇빛이 어찌나 맑은지 잘 보면 소녀의 내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팔걸이에 걸쳐진 양손과 팔은 어린아이의 그것만큼 가늘었다. 콧날엔 땀방울이 송골, 맺혀 있었다.

- 박범신, ⟨은교⟩

묘사와 관련한 필사들을 뒤적 이던 중 찾은 부분. 이전에 윤작가님과의 이야기에서 들었던 ⟨은교⟩의 한 부분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하나의 화면, 영상 등이 생각되고, 상상될 것이다. 안되는 사람이 있을까? 나라는 사람도 되는 것이니, 아마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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